얼마 전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회원소식지 초록숨소리 131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무등산국립공원을 두고 분명히 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국립공원을 지정하면서 지키고자 했었던 약속에 관한 것입니다. 정부는 무등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며, 지역주민과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 반대로 지역사회는 무등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 입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모두가 이 약속의 한켠에 속해 있습니다.
무등산국립공원이 지정되면 공원 내 통신시설을 이전하겠다는 이야기, 무등산의 정상부를 점유하고 있는 군부대를 이전하겠다는 이야기, 무등산의 한복판을 관통하는 도로를 복원하겠다는 이야기, 무등산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목장 지역을 매수하겠다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아직은 메아리로 돌아오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갑자기 누군가에게 짐을 지우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우리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최근 논란이 가져온 무등산 친환경 차량의 이용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정상부까지 이동통로로 사용 중인 도로가 영구적인 시설이라면 친환경 차량의 이용은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서 논의는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상부까지 연결되는 시설은 영구적인 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무등산 내 위치한 군부대와 통신시설이 이전하면 지금의 도로는 반드시 복원되어야 할 대상입니다. 차량의 이동 그 자체가 문제라는 부분을 우리는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은 탐방로에 관한 사항입니다. 현재 무등산국립공원의 탐방로 밀도는 약 21.9m/ha로서 북한산국립공원(28.17m/ha)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바로 태백산국립공원(11.17m/ha)입니다. 나머지 국립공원 19개 모두 9m/ha를 넘지 않으며, 전체 국립공원의 평균 탐방로 밀도는 4.98m/ha입니다. 즉, 신규로 지정된 국립공원이 과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탐방로는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는 수준이란 것입니다. 무등산의 탐방로 밀도는 분명히 과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비단 무등산국립공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국립공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무등산 내 군부대시설과 통신시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에 이미 무등산 중봉 지역에 있는 군부대를 복원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방송 통신시설을 철거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공원이 지정되자 이러한 복원사업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가장 원했던 사업은 정작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을 지정하는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무등산국립공원 지정 당시 보도자료(2012.12.27.)에서 가장 먼저 제시한 내용은 국립공원지정 후 ‘핵심지역 생태계를 보호하고, 훼손된 지역을 복원한다’고 하였으며, 그중에서도 정상부의 경관복원사업을 제시하였습니다. 약속의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 여러 상황 들을 볼 때 앞으로 지정될 국립공원과 관련하여 말하는 내용은 공허해질 뿐입니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를, 그리고 국립공원이 우리나라 면적의 불과 4%에 불과한 이유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분에게 드리는 이야기는 바로 ‘많이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약간의 갈등은 무관심보다 훨씬 좋은 현상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자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목표는 국립공원의 보전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